[특별 기획 버려진 물건] 일회용 종이컵 가상인터뷰

버려진 일회용 종이컵 C씨와 동료들 (사진=박양기 기자)

우리는 너무나 쉽게 길거리에 많은 것들을 버린다.

커피를 마시지 않은 날보다 한 잔 이상을 마시는 날이 더 많아진 현대 사회 속에서 일회용 종이컵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건이 되었다. 최근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시장 속에서 아메리카노, 라떼 등 음료를 마시는 이들이 늘었지만 그래도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믹스를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커피는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맛일 것이다.

분식집에서는 떡볶이를 담아주기도 하고 어묵 국물을 담아주기도 하며, 어린 친구들이 밖에서 음료나 술을 담아 마실 때도 유용하게 쓰이는 종이컵, 하지만 그만큼 너무나 쉽게 버려지고 던져지는 것도 종이컵이다. 오늘은 한두 개가 아니라 단체로 쏟아져 있던 종이컵들 사이의 ‘종이컵 C 씨’와 인터뷰를 나눠봤다.

Q. 왜 이렇게 다 같이 버려져 있는가?
A. 처음엔 분명 차곡차곡 쌓아서 버려졌었다. 근데 지나가던 누군가가 우리가 담겨 있는 박스를 발로 찼는지, 길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널브러지게 됐다. 그 뒤로는 지나가던 모두가 우리를 본체만체 하며 지나가기 바빴다. 아마 내일 아침 청소부가 올 때까지 이러고 있지 않을까 싶다.

Q. 혹시 우리나라에서 일회용 종이컵이 얼마나 쓰이는지 알고 있는가?
A. 지난 2011년 KBS 프로그램 소비자고발에 의하면 국내 일회용 종이컵 연간소비량은 약 116억 개였다. 한 명당 1년 동안 240개의 종이컵을 버렸던 것이다. 사실 지금은 조금 그 수가 줄어들었지 않았겠느냔 생각은 든다. 그 사이에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문화가 좀 더 성장했고 우리가 담을 수 있는 양 보다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는 용기들이 더 많이 생겨났고 그들이 버려지는 양이 늘어났을 테니 우리를 이용하는 수는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사무실과 작업 현장 등에서 우리가 담은 커피믹스를 먹는 이들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Q. 뜨거운 물을 담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등 열을 가하면 안 좋을까?
A. 나는 기타 위생용품으로 관리된다. 그렇기에 식품을 우리에게 담았을 때 유해물질이나 불순물이 나오지 않게 잘 관리되고 기준규격을 만들어 이를 지키고 있다. 우리는 종이로 만들었지만, PE로 코팅된 재질로 술이나, 지방성 식품, 뜨거운 물을 다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코팅으로 쓰인 PE는 물의 끓는점보다 녹는 온도가 높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도 녹아내지 않는 것이 정상이며 혹시나 녹더라도 분자량이 매우 큰 고분자 물질이기에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돼 있다.

길거리 뿐만 아니라 사무실이 많은 복도 등에도 버려져 있는 종이컵의 모습 (사진=박양기 기자)

Q. 의외로 재활용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A. 우리는 뭔가 담은 후, 커피 혹은 무언가 음식이 묻은 채로 버려진다. 더러운 이물질이 묻거나 구겨져서 버려진 우리는 사실 종이와 함께 버려지면 재활용이 쉽지 않다. 종이컵은 종이컵끼리 모아서 버려야만 다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버려지는 종이컵의 절반 이상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땅에 묻히거나 소각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Q. 사실 종이컵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곳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다
A. 나도 알고 있다. 카페에서 본인 컵을 사용해 음료를 주문하면 할인해주는 곳이 있기도 하다고 들었다.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는 많이 쓰면 쓸수록, 늘어나면 늘어갈수록 인간 사회에 손해다. 버려지면 처리하기 힘들고 잘 썩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되도록 일회용 컵보다는 머그잔을, 머그잔보다는 본인 컵을 사용하길 나도 권해본다.

Q. 이렇게 버려진 이유가 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세상 어떤 일에 불만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발길질 덕분에 태어날 때부터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지구온난화에 도움이 되던 나는 죽을 때 만큼이라도 사회에 다시 사용될 수 있게 재활용되는 게 아니라 아마 이대로 일반쓰레기통에 들어가 또 환경파괴를 하게 될 거다. 내가 사는 세상은 아니니 썩어가며 천천히 지켜보려 한다.

대형 마트에 가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을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는 존재다. 너무나 쉽게 쓰이고 고가의 물건이 아니기에 쉽게 버려진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 후세에 어떤 시대의 아이들은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게 될 것이고 썩지 않는 종이컵 때문에 토양이 오염돼 밭에 농작물을 기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가까이 있고 평소에 쉽게 쓰는 물건일수록 어떻게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을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