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에서 사회문제로, 젠트리피케이션

최근 tv N의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경주편에 나온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에 대한 사용이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현상이기 때문이기에 그렇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킨 ‘알쓸신잡’ (사진=tvN ‘알쓸신잡’ 캡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재건축과 개발, 관광 등으로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상류층이 낙후됐던 구도심의 주거지로 유입되고, 이에 개발과 발전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와 보증금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오래된 건물이 재건축되고 개발되어 젊어진다는 비유의 도시 회춘화 현상이라고도 한다.

이 현상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본래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개발이 언제나 모두에게 동일한 이익과 행복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사진= 심건호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은 우선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개성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진행된다. 즉,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도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

그 결과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이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되고, 동네는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된다. 서울을 보면 2000년대 이후 서울의 경우 종로구 서촌을 비롯해 홍익대 인근, 망원동, 상수동, 경리단길,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발된 서울로7017과 함께 중구 중리단길의 상권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흔히 알고있는 인구공동화현상(도넛현상)과는 다른 맥락이다. 인구공동화현상은 낮에 직장 등지를 향하여 도심으로 이동한 인구가 저녁이되면 도심의 외부로 다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주중과 주말로도 나눌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사진= 심건호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은 현재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긍정적인 작용도 분명히 있다. 도시의 외관이 깨끗해지고 환경이 개선된다. 주거환경이 좋아지고, 문제가 되는 도시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다.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해 주거하던 주민들과 임대로 있던 상인들이 대처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에서 이익이 발생해도 주민과 상인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임대료와 땅 값, 건물 값이 몇 배로 뛰는 것이 아니라 몇 십배 혹은 몇 백배로 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들은 유입되는 거대자본 앞에서 백기를 들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사회적인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으며, 젠트리피케이션의 지역범위가 확대되면 또 다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유입인구와 유동인구의 증가가 모두에게 즐겁지만은 않다.

사회적으로 경제 양극화 현상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중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노력 등이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사회현상이 사회문제로 계속 확산되고 심화되는 현상을 얼만큼 완화하고 막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