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버려진 물건] 우산 가상인터뷰

주인 없이 덩그러니 혼자 걸려 있던 ‘우산 B 씨 ‘(사진=박양기 기자)

우리는 너무나 쉽게 길거리에 많은 것들을 버린다.

뜨거운 햇빛이 며칠 강렬히 비추더니 너무나 빠르게 장마가 찾아왔다. 비가 오면 당연히 우린 우산을 집에서 들고 나가 한 손에 우산을 펴들고 걷곤 한다. 우산이나 장화 역시 패션으로 소화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우산을 자주 잃어버리고 망가뜨리는 이들 중에는 싸구려 우산을 사고 자주 이를 바꾸기도 한다.

그런 이들 중에 망가진 우산을 그대로 길거리에 버리기도 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게 버려진 우산은 갈 곳 없이 길가 구석에 방치돼 있는데, 오늘은 누군가 잊고 간 듯이 남겨진 ‘우산 B 씨’와의 간단한 가상인터뷰를 통해 쉽게 망가지는 일회용 우산이나 관련된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다.

Q. 언제부터 이렇게 버려져 있었는지?

A. 30분도 안 된 것 같다. 사실 아직 주인이 날 찾으러 올 거라고 믿고 있다. 난 버려진 우산이 아니다. 그저 주인이 잠시 여기 둔 것을 생각 못하고 갔는데 아마 생각나면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와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Q. 버려져 있다고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그렇게 잃어버린 우산이 한 둘이 아니다.

A.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나 같은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우리는 많이 잊혀진다. 자리에 앉아 바닥에 놓은 우산을 두고 간다든지, 기둥 걸이 같은 곳에 걸어두고 급하게 내리느라 놓고 간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또 식당이나 가게에 들어갈 때 우산꽂이에 우산을 꽂아 놓고 일을 보다가 나갈 때 비가 오지 않아 그대로 나가버릴 때도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잊히고 버려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쉽게 버려지는 일회용 비닐우산들 (사진=박양기 기자)

Q. 멀쩡한 우산도 많이 버려지지만, 최근에는 너무 쉽게 망가지는 우산이 많다.

A. 사실 일회용 우산이라고 불리는 친구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과거 좋은 소재와 튼튼한 뼈대로 만들어진 우산이 대세였던 시절에는 우산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우산을 사자는 인식이 많았다. 그리고 우산을 수리해주고 고쳐서 새것처럼 만들어주는 곳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기에 사람들이 고장 나더라도 쉽게 다시 살 수 있는 일회용 우산을 선호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4계절 내내 비나 눈이 어느 정도 고르게 내렸었던 과거와 달리 여름과 겨울에 집중적으로 눈비가 내리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듯하다.

Q. 함께 버려진 물건 중에 일회용 우산비닐 커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사실 인간들이 만든 물건 중에 나는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물건 중 하나가 우산비닐 커버다. 물론, 실내에 들어갈 때 물이 뚝뚝 떨어지게 들어가서 바닥이 미끄러워지면 누군가 그 물기를 밟고 넘어질 수도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회용 우산비닐 커버가 한 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앞에 놓이게 되면 순식간에 수십, 수백 장의 비닐이 소비된다. 이는 언젠가 환경적인 부분에서 너무나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가볍게 마트에서 사는 비닐 자체도 50년 이상이 돼야 썩는다. 비가 며칠씩 오게 된다면 그 비닐은 쌓이고 쌓여서 너무나 많은 양의 비닐 쓰레기가 될 텐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인간들은 과연 대책을 잘 세우고 자유롭게 이를 쓰고 버리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Q. 특별히 버리는 법이 정해져 있을까?

A. 상당히 까다롭다. 우산대와 천 혹은 비닐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분리해서 버려줘야만 분리수거가 된다. 사실 가위로 하나하나 잘라내야 하고 따로 분리해서 버려야 하니 불편해서 그냥 아무 데나 던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알뜰한 어머니들은 우산대를 분리해서 건조대로 만들어 쓰고 천은 아이들 앞치마나 에코백을 만드는 재료로 쓰는 이들도 봤다.

Q. 만약 주인이 이대로 찾아오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하고 싶은 말은?

A. 건망증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우산 하나 못 챙기는 주인의 한심함을 일부러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그저 단순히 우산 하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며 새로 하나 사곤 하는데, 그러지 말고 우산뿐 아니라 물건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우산을 수리해주는 곳 찾으면 있다……, 버려지는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 달라.

장마철 비가 내리면 우리를 비로부터 지켜주는 우산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너무나 쉽게 버려버리곤 한다. 특히 최근 비닐우산, 일회용 우산이라고 불리는 우산을 편하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들고 다니고 쉽게 버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잃어버리기 전에 좀 더 우산 하나라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과 망가졌다고 아무 곳에나 던져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이 대한민국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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