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개농장 동물 학대 사건 판결 기준 모호

버려지고, 식용으로 길러지고, 학대 당하는 이 시대의 반려동물들의 모습 (사진=박양기 기자)

개를 죽여야만 하는 식용 개농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개를 죽이느냐에 따라 판결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신의 개농장에서 연간 30마리 상당의 개를 묶어놓고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도살해 동물 학대 혐의로 기소된 개 농장주가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김포소재 대형 개농장주와 직원은 목을 매다는 방식으로 개를 도살했는데 그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식용 농장을 운영하는 두 농장주가 다른 방법으로 개를 죽였다는 이유로 형벌이 달라진 것이다.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들을 도축했던 농장주의 경우,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현실적으로 개가 식용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전살법으로 개를 도축한 것이 학대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도살법과 비교했을 때, 잔인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김포에서 개농장을 운영하던 농장주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보호관찰 1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다른 동물의 앞에서 개를 목매달아 죽이는 등의 행동이 동물보호법 8조 1항을 위반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기에 선고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동물의 도살방법에 대한 부분이 적혀 있다. 이에 따르면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돼서는 안 된다. 또한, 도살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도 안 된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동물보호법 제8조의 내용 중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는 학대 행위로 정의돼 있고 동물보호법 제10조에 의하면 가스법 및 전살법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해진 방법으로 고통을 최소화해 도살하는 것은 괜찮다고 표시된 것이다.

이러한 내용에 의하면 두 판결의 결과는 당연한 흐름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는 “재판부가 전살법을 사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인도적인 도살이 행해진 것처럼 판시하였는데, 이는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그 하위법령들에서 도살방법은 물론 도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법들의 취지와 맥락을 일체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일차적 판단에 근거한 판결에 해당할 뿐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전살법에 대한 부분을 분명 고통을 최소화해 도살하는 법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러나 제9조에서는 운송을 위해 전기 몰이도구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전기를 사용해 동물을 통제하는 것은 동물을 괴롭히는 일이나, 전기로 동물을 죽이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은 행위라는 뜻으로 해석돼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다른 판례로는 지난 2016년 9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같은 일시, 장소에서 하루 평균 2~3마리의 개를 전기충격기 또는 칼을 이용하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였다”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판례와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식용 개를 목을 매달아 죽인 개농장주가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것 역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지만, 카라의 자문변호사인 서국화 변호사는 “공소가 제기된 동물 학대 사실은 개 1마리의 목을 매달아 죽인 행위에 한정되는데, 이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한 사실은 그동안 동물학대죄를 지나치게 가벼운 형으로 처벌해왔던 경험에 비추어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환경부의 통계에 의하면 식용 개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는 78만1740마리라고 조사됐다. 조사된 부분 이상의 많은 개들이 개농장을 통해 잔인하게 도살되기도 하고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고 “반려동물 1천만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동물 학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식용 개농장’을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지난 6월 28일 열린 반려동물 정책토론회에서 개농장에 대한 부분에 대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손을 안 대고 있다. 무책임하고 창피하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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