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시작되는 그들의 위험한 질주

오늘도 배달을 떠나는 청년 배달 아르바이트생의 모습 (사진=박양기 기자)

“오늘 하루 세수만 15번 이상 했어요”

2017년 올해로 22살이 된 M 족발 배달 아르바이트생인 한 청년은 비 오는 날, 오토바이 배달을 몇 번씩 다녀오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평소에도 수많은 오토바이 배달부를 지나치고, 마주하며 산다. 대부분의 배달부는 차량과 문제가 생기지 않게 조심히 운전하며 보행자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인도에서 떨어져 달리곤 한다. 하지만 몇몇 난폭 운전 때문에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이들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조심히 운전을 한다고 해도 자동차를 타고 있는 이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비라도 오면, 이들의 운전은 그 어떤 상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약 2300명의 알바생을 대상으로 장마철 최고의 알바, 최악의 알바에 대해 조사했다. 이는 매년 꾸준히 조사됐던 설문조사 항목이었고 최근 5년동안 오토바이 배달 알바는 비가 오는 장마철에 최악의 알바 1위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에 조사된 결과에 의하면 2위인 택배상하차 알바와 비교했을 때 4배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 것을 보면 알바생들도 비가 올 때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은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자 중 장마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각종 사고, 안전 위험’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이 역시 비 오는 날 특히나 위험한 상황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는 지표로 보인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배달을 하고 나서 아무 문제가 없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불쾌지수가 높아진 손님들이 가게에 직접 항의하는 것이 아닌, 알바생에게 화풀이 식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응답자들은 장마철에 아르바이트하면서 겪는 최악의 순간 1위로 꼽았다.

그들이 위험하지만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 (사진=박양기 기자)

청년들이 위험한 아르바이트임에도 오토바이를 끌고 배달을 하는 이유는 위험한 만큼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성공하기 위해, 당장 눈앞에 공부를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 있는 처지라면 그나마 좀 나을지도 모른다. 직접 학비를, 식비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청년들이 대한민국에는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렇게 목숨 걸고 하는 아르바이트의 시급이 1만원이 안 된다는 현실이다. 민주노총제주본부는 최근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촉구한 바 있으나, 그들에 의하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인상안대로라면 다가오는 2018년도 최저임금은 155원이 오른 6625원이라고 한다.

필요한 돈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는데, 최저시급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너무나 조금씩 오르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은 좀 더 고수익, 고위험 아르바이트에 몸을 내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청년들이 좀 더 나은 처우 속에서 일할 수 있게 많은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길 바란다. 또한, 비 오는 날 배달을 시킬 때 ‘빠른 배달’ 보다는 ‘안전한 배달’을 부탁할 줄 아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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