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버려진 물건] 일회용 아이스 컵 가상인터뷰

길거리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던 ‘일회용 아이스 컵 C씨’ (사진=박양기 기자)

우리는 너무나 쉽게 길거리에 많은 것들을 버린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더워짐에 따라 아이스 음료를 손에 들고 다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무디, 에이드, 과일 음료 등 여러 다양한 음료를 마시며 우리는 여름을 나는 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 익숙해진 것은 그렇게 마신 음료를 길거리 아무 곳에나 툭 툭 던지는 일이다.

오늘은 그렇게 길거리에서 힘없이 찌그러져 있는 ‘일회용 아이스 컵 C씨’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에서 왜 그들은 바닥에 뒹굴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

Q. 언제부터 이렇게 버려져 있었나?

A. 한 3시간 전쯤 점심시간 이후에 버려졌다. 우리 중 대부분이 그 시간에 버려진다. 식사 후 간단하게 음료를 테이크아웃 해서 나에게 슬리브를 씌우고 몇 모금 마시고 어느 정도 마셨다 싶으면 얼음과 함께 던지거나 도로 위에 우뚝 올라와 있는 도로횡단 방지봉 위, 남의 집 담벼락 위 등등에 나와 내 친구들은 올려지곤 한다.

Q.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버려지는지 혹시 알고 있는가?

A. 서울시에서 말하길 하루에 수거되는 플라스틱 컵이 약 5t 트럭 한 대 분량으로 발생한다고 추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길거리에 버려진 이들 외에도 수풀에 버려지고 의류수거함에 넣어지고 자전거 바구니에 넣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수가 버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쓰레기통에 우릴 버리지 않고 길을 걷다 구멍이 보이면 우리를 어떻게든 그런 곳에 쑤셔 넣거나 평평한 곳에 올려놓고 그냥 떠나가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Q. 이해한다. 혹시 개인 컵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일회용 컵이라는 내 입장에서 개인 컵을 사용하는 것은 반대다. 모두가 개인 컵을 들고 다닌다면 물론, 내 존재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를 쓰고 있는 대부분 카페나 식당에서는 개인 컵이나 개인 텀블러를 들고 오면 할인을 해주는 등 휴대용 용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활용할 수 있음에도 그들은 왜 길거리에 버려져야만 하는 걸까? (사진=박양기 기자)

Q. 재활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우리는 재활용률이 매우 낮다. 그렇기에 재활용이 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강과 바다로 흘러가게 되고 결국 알갱이로 분해돼 미세 플라스틱이 될 것이다. 지난 6월 5일이 환경의 날이었고 그 날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세플라스틱이 주목받은 바 있다.

Q. 미세플라스틱은 무엇인가?

A.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물질로 죽음의 알갱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물질이다. 페트병이나 비닐 등이 잘게 부서진 조각들이고 스티로폼 알갱이,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인 나 역시도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가 미세 플라스틱이 될 예정이다. 바닷속으로 흘러간 이 성분을 플랑크톤에게 영향을 주고 플랑크톤을 먹는 생물에게 영향을 주고 결국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사람은 물론, 생태계 전부를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Q. 정말 무섭다. 혹시 어떻게 버려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A. 사실 나를 판매하던 곳에 종업원이 다시 나를 친구들과 함께 쌓아 함께 재활용 봉지로 들어가길 원했다. 일회용 컵이지만, 카페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그냥 카페 쓰레기통 위에 올려두는 이들이 많다. 아르바이트생 혹은 직원들은 당연히 내용물을 다 비우고 나와 친구들을 대량으로 쌓아 모두 같은 봉지에 넣고 우리는 다 함께 분리수거함에 넣어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재활용이 가능한 컵으로 계속해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Q. 자신을 버린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내가 비싼 물건이었으면 그래도 버렸을 거냐고 묻고 싶다. 왜 사람들은 돈이 되는 물건만 들고 있고 싶어 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손에 몇 분 들고 있는 것조차 싫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없어진 정책 중 하나인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라도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 일회용 컵을 이용하려면 보증금을 내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라도 있으면 나를 좀 더 소중히 하지 않을까?

일회용 아이스 컵뿐 아니라 종이컵, 나무젓가락 등 우리는 많은 일회용 용기들을 일회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버리곤 한다. 분명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방법이 있지만,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일회용을 낭비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일회용 컵의 ‘소중히’ 대해달라는 말의 의미를 많은 이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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