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버려진 물건] 담뱃갑 가상인터뷰

화분 앞에서 만난 담뱃갑 ‘D’씨 (사진=박양기 기자)

우리는 너무나 쉽게 길거리에 많은 것들을 버린다.

특히 담배를 피우고 나서 한 손으로 꾸겨버리는 담뱃갑을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지만, 길거리에 특히나 던져진 모습이 더 익숙하고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는 오랫동안 그들이 버려져 온 모습을 봐 왔다.

오늘은 그런 식으로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뱃갑 D씨’과의 간단한 가상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담배가 어떤 이미지고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Q. 언제부터 이렇게 버려져 있었는지?

A. 한 이틀 전인가 버려졌다. 나처럼 버려진 친구들이 많다. 담배는 광해군 6년 1614년 이전에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는데, 이는 조선 중기 석학인 지봉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에 기록돼 있는 부분이다. 그 시절부터 한국인에게 담배는 친숙한 물건이었다. 그 후 한국에서도 1945년 9월 광복 직후 미군정청에서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제조됐다. 사실 그때부터 우리는 꾸준히 사람들 곁에 있었고 계속해서 바닥에 버려져 왔다고 생각한다.

Q. 혹시 그냥 이렇게 버려진 이유가 ‘경고 그림’ 때문은 아닐지

A. 사실 잘 모르겠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 2(담배에 관한 경고문구 등 표시)에 따르면 이제 나는 흡연의 폐해를 나타내는 내용의 경고그림과 경고 문구를 적어야 한다. 경고 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너무 보기 싫은 사진들도 분명 붙어 있는 친구들이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우리를 아무 곳에나 던져 버리는 것은 옳지 않지만, 나라도 너무 싫은 사진이 붙어 있으면 던져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Q.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나는 좋다. 사람들에 손에 내가 들려 있는 게 좋고 그들의 주머니에 있는 게 좋다. 하지만 최근 담배 판매량은 2017년 2월까지 분석해봤을 때 3개월째 감소하는 추세라고 들었다. 최근 2017년 5월 31일 제30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인간들에게 사실 담배가 건강에 해롭고 폐암이나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담배 말고도 수많은 해로운 물질들을 인간들은 만들어 내고 만지고 먹거나 마시지 않는가? 우리만 너무 싫어하지 말아달라.

바닥에 버려져 있던 또 다른 ‘담뱃갑 E씨’ (사진=박양기 기자)

Q. 학생들의 경우도 담배를 피우곤 하는데

A.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사실 싫다. 그들은 우리를 책상 밑 구석에 숨겨두고 잊어버리기도 하고 선생님에게 뺏겨 담배와 함께 짓이겨져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신세로 만들기도 한다. 담배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가 금지된 상품이다. 그러니 나를 만져도 되고 나를 버려도 되는 것은 19세 이상의 어른이다. 학생들은 그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Q. 혹시 이렇게 버려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버려지는 것이 꿈인가?

A. 사실 많은 이들이 모르지만, 나는 분리수거가 가능하다. 그래서 분리수거에 대해 자세히 아는 흡연자를 만나 깔끔하게 분리수거 되고 싶었다.

Q. 몰랐다. 종이로 분류해서 버리면 되는 것인지

A. 담뱃갑을 분리수거 해서 버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비닐은 벗겨 내어 따로 모아 비닐류에 버려야 하고 은박지를 제거해야 종이로 분류해서 버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버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지만, 꿈은 꿀 수 있지 않은가?

Q. 자신을 버린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없다. 담배나 좀 끊었으면 좋겠다. 쓰레기통에 담뱃갑 하나도 제대로 버리지 못 하는 사람이 내 안에 담배를 피웠다는 게 부끄럽다.

담뱃갑 못지않게 담배꽁초도 길거리 구석구석에 버려져 있다. 우리 중 대부분은 이를 알고 있고 나 자신이 직접 그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있고 내 주위의 사람이 그렇게 버리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을 때도 있다. 담뱃갑은 인터뷰 마지막에 ‘부끄럽다’는 말을 전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모두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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