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vs찬]임산부 배려석 의무, 자리를 아예 비워주자

아이를 품고 있는 그들의 이름, 임산부 (사진=박양기 기자)

임산부 배려에 대한 캠페인 및 정책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산림청에서는 임산부를 위해 도심 속 숲 태교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임신 초기부터 임산부를 배려하자는 취지로 기념행사와 공연 등을 하기도 했다.

행정자치부, 국민권익위원회, 식품의약처 등 정부 부처만 해도 다양한 곳에서 프로그램과 캠페인 및 정책으로 임산부를 돕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내 아직도 임산부를 배려하기보단 ‘나와 다른 남’ 정도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노약자 배려석과 별도로 임산부 배려석을 만들어 운행 중에 있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자리는 임신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먼저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해주자는 취지를 담은 자리로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은 하고 있는 캠페인일 것이다.

그러나 초기임산부가 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려받지 못하는 사례, 임산부석이라고 적혀있는데도 나이 들고 더 힘들다는 이유로 자리에 앉아 버티는 이들의 사례 등 임산부를 배려하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을 보이는 이들의 사례들을 인터넷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임산부석에 앉아 있다가도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논리와 이론에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 의견 뒤에 너무나 많은 비겁한 사람들이 숨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배려는 의무가 아니기에 사실 “비켜주려고 했다”라는 말에 화를 낼 수도 질타를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고 알게 모르게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분홍색으로 상징되는 임산부 배려석 (사진=박양기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임산부의 날을 맞아 조사한 결과, 임산부 10명 중 6명만 배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일반인들은 임산부인지 몰라서 그들을 배려하지 못 했다고 응답한 인원이 많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 배려를 못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또한, 힘들고 피곤해서 그들을 배려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면 누구나 당연히 앉아서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임산부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지치고 힘든 상황이더라도 그들을 위해 준비한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그 자리에 앉은 사이 누군가 자신이 알아채지 못한 임산부가 또 한 번 배려받지 못 할 가능성도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보건복지부는 9호선에 한해 임산부 배려석에 테디베어를 비치하고 임산부일 경우, 혹은 아니더라도 인형을 안고 갈 수 있는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사실 이렇게 다양한 캠페인을 예산을 들여 기획하고 시행해보고 하는 것보다 강제적으로 자리를 비워두는 것으로 정하는 것은 어떠냐는 시선도 많다.

역지사지 반대로 생각해보면, 임산부도 아이를 갖기 전에는 그저 한 명의 여성일 뿐이었다. 지하철에서 누구나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 중에는 내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당당히 “죄송하지만 제가 임산부라서요,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앉고 싶지만 앉고 싶다고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소심한 임산부도 있기 마련이다.

임산부석에 앉아도 임산부에게 자리를 비켜준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과연 이들을 모두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앉고 싶다고 말을 꺼내지 못한 이들은 앉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배려석이라는 말의 의미를 우리는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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