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날, 그들은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6월 20일은 난민의 날이다.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이 2000년 유엔총회특별 결의안을 통해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정했다. 본래는 아프리카 단결기구(OAU)가 1975년부터 아프리카 난민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던 날이었는데, 많은 난민들을 보호하고 난민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줬던 아프리카와의 연대를 표현하고 많은 나라와 세계 시민들이 동참하기를 바라며 확장하여 기념하기위해 지정했다.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을 지원하는 여러 단체에서는 난민들을 조명하고 구원의 손길과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 전달받는 실상은 정말 처참하다. 특히나 시리아는 올해로 전쟁 기간이 7년째로 접어들면서 참혹한 광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난민 14살 소년 알리 (사진= 밀알복지재단 제공)

14살 소년 알리는 전쟁의 충격으로 신경과 근육이 마비되는 장애를 입었다. 죽음의 위협을 피해 도망친 시리아, 그러나 장애가 있는 알리에게 난민촌의 생활은 시리아의 상황보다 더 나을 것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독일로 떠난 엄마와 소식마저 끊기며 알리의 마음엔 깊은 우울이 자라났다. 참혹했던 전쟁의 잔상, 엄마에 대한 그리움… 감당할 수 없는 상처에 알리는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다.

그런 알리의 마음의 문을 다시 열게 한 것은 난민촌 내 밀알학교였다. 장애로 인해 집에서 홀로 누워만 있던 알리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점점 밝아져 갔다. 뿐만 아니라 알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밀알복지재단 레바논 지부는 알리가 엄마와 만날 수 있도록 독일 엔지오와 협업해 지원을 시작했다. 적극적인 노력 끝에 현재 알리는 독일로 갈 예정에 있으며,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

현재 시리아는가장 많은 난민이 탈출하는 나라로 전 국민의 절반이 넘는 수가 떠나야 했다. 민간인 지역은 아직도 폭격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원은 끊겼다. 이에 아동 노동, 조혼, 성차별, 장애 등 난민중의 난민인 취약계층 난민은 외부 지원 없이는 생존권조차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난민 중에서도 이들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열악하다. 아동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불법 노동과 조혼 등에 내몰리고 있으며, 내전으로 남편이 사망해 가장이 된 여성들은 노동을 해도 통상적인 남성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전쟁으로 장애인이 된 난민들의 경우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해 영구 장애로 고착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밀알학교에서 미술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난민촌 아동의 모습 (사진= 밀알복지재단 제공)

밀알복지재단 김영화 레바논 프로젝트매니저는 “취약계층 난민은 난민중의 난민“이라며 “특히  베카(Bekaa)주의 경우 주거, 교육, 식량 등 모든 분야의 생활여건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80%가 넘는 난민이 빈곤선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부 지원 없이는 생존권조차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난민들의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의 많은 구호단체들이 모금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 중에 있다. 조사에 따르면 레바논 거주 난민의 45%는 예산부족으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빈곤과 질병 등 열악한 삶 한가운데 놓여있다.

난민촌 내 밀알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 밀알복지재단 제공)

이에 밀알복지재단은 시리아 난민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재정착을 지원하고자 현지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첫째로, 사업 지역 내 35.8%에 달하는 높은 아동 문맹률을 해결하고자 밀알학교를 만들어 아랍어와 영어, 수학, 과학 미술 등 기초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아동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해 급식지원은 물론, 심리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가장이 된 여성부양자 가정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식량 및 생활필수품 등을 지원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자립을 위한 직업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난민촌 내 밀알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 밀알복지재단 제공)

장애인들에게는 휠체어 등 의료보조기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지의 장애인 전문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정기적으로 물리치료도 지원하고 있다. 장애아동들도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비장애아동들과 함께하는 통합교육을 실시 중이다.

밀알복지재단 홍인경 국제협력부 과장은 “단기간 내 사태 종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밀알복지재단은 레바논 정부와 국제기구, 현지 엔지오와 협력해 취약계층 난민의 자립여건 마련을 중심으로 지원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분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늘 엄마가 그리워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웃을 수 있어요. 밀알복지재단의 도움으로 독일에 먼저 간 엄마와 같이 살 수 있게 됐거든요
-14세 소년 알리-

아이들은 아무 죄 없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는 장기화 된 전쟁으로 인해 지원마저 끊기고 의료진은 도망가고 살해당하고 있다고 한다. 멀리 있는 저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저들을 위한 마음으로 지원한다면, 누군가는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일제 강점기, 민족의 슬픔과 남북 분단의 아픔을 우리는 잘 알고있다. 오늘 하루가 살기 힘들지만 가끔은 멀리 있는 아이들을 향한 손길을 뻗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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