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한 장과 같이, 티슈인턴

인턴으로 들어가서 인턴기간 끝나면 휴지처럼 버려지겠지 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를 하던 친구가 좋은 인턴 자리가 났다며 알려준 친구에게 한 말이다. 그는 자신에게만 다른 법이 적용되겠느냐며 주변의 인턴 뒤에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친구들의 사례들을 얘기하며 얼굴 가득 불만을 내비쳤다.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는 회사의 자리도 계속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으로만 채워지는 자리라고 한다. 그나마도 신입 직원을 채용해도 여러 경험이 있거나, 인맥이 있어야 한다며 말만 청년 채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한장의 티슈처럼 쓰임새가 다하면 버려지듯 인턴과 비정규직은 그렇게 휴지처럼 버려지며 이제는 ‘티슈인턴’으로 불린다.

청년들은 티슈를 보며 자신의 처지를 빗대는 자조적인 표현을 한다. (사진= 심건호 기자)

부산에서 홀로 올라와 대학 내내 고시원에서 살며 수차례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을 전전해 온 친구가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청년 취업난에 관련하여 인턴은 열정페이, 정규직 전환은 꿈같은 얘기 등의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가 겪은 경험담을 들으니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현실은 이렇게 각박한데 청년인턴제, 청년지원수당, 워킹홀리데이(해외취업) 등 청년들을 위한다는 정책들은 정권 교체시기가 오거나 선거철이 되면 매번 다른 이름으로 쏟아지기만 할 뿐 실속도, 수혜자도 없이 반복만 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떨어질 줄 모르고 대학에서는 본래 교육의 의미를 잊은 취업 목적의 커리큘럼을 시행한지 오래다. 현실과 정책의 괴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젊은 청년들이 체감하고, 실제 채용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청년실업 대책은 좀처럼 갈피 잡기도 힘들어 보인다.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해도 티슈처럼 버려진다는 현실의 얘기들은 그들을 더욱 외롭게 한다. (사진= 심건호 기자)

그렇게 취업, 취업 외치는 대학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행정실을 비롯한 계약직 직원들은 약 2년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휴지가 없으면 우리의 삶은 꽤나 불편해질 것이다. 휴지 한장이 만들어질 때 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 가는지, 우리는 종이 재활용에 관한 내용으로 배운적이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쉽게 여길 수도 있지만 청년의 젊음과 노력은 그렇게 쉽게 버려질 것도, 대체될 대상도 아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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