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vs찬]대학교 축제 내 음주, 낯부끄럽고 불편한 문화죠

대낮에도 돗자리 깔고 마시기 시작하는 대학교 축제 내 음주 문화 (사진=박양기 기자)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즐기는 것을 우리는 대한민국만의 흥이 담긴 문화라고 부르곤 한다.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그 어떤 학문도 아닌 음주 문화다. 새롭게 마주친 친구와 혹은 선배들과 20살이 넘었으니 마실 줄 알아야 한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술을 입속에 털어 넣는다.

대학교 축제는 특히 이런 그들의 문화를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기간이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돈 주고 사 먹고 즐거운 유흥 거리로 가득 채운 거리를 걸으며 모두가 즐겁게 웃고 있다. 그리고 낮 시간에도 돗자리를 펴고 술을 마시는 학생들을 볼 수 있으며 이들의 술자리는 밤까지 이어지곤 한다. 또한, 밤이 되면 음주와 고성방가, 연예인들의 공연 등이 어우러져 마치 오늘 밤이 끝인 것처럼 모든 에너지를 쏟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대 대학생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대학 축제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바, 대학 축제에서 없어져야 할 부분으로 많은 이들이 ‘축제 운영 주체의 비리나 부정부패’, ‘술에 취해서 행패를 부리는 것’,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이벤트’ 등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응답이 주점과 관련된 것으로 학생들은 대학교 축제 내 주점에 대해 좋지 않은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축제를 기대하는 인원과 축제를 기대하지 않다고 응답한 인원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도 마시고 즐기는 식상한 축제에 대해 이제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깨닫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축제에 주점은 필수라고 답한 이들이 응답자 중 90.0%를 차지했고 축제에 기대는 없지만, 참여는 하겠다는 인원이 75.3%나 됐다. 또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알바몬 조사 결과 대학생 5명 중 4명은 축제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다수가 원하고 즐기기에 우리는 음주 문화를 버릴 수 없고 자제할 수 없으며 계속 누군가가 반강제적으로 주는 술을 먹을 수밖에 없는 걸까.

최근 대학 중 ‘주점 없는’ 축제를 시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축제는 저녁 10시 이전에 끝나는 건전한 놀이 문화다. 그렇기에 축제를 준비하는 주최 측에서는 좀 더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야 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힘쓰게 된다. 주점을 하지 않게 되면 그만큼 예산이 남기에 평소보다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러한 부분은 학생들이 ‘젊음’을 느끼고 싶고 좀 더 ‘내가 대학생이다’란 느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의 부재에 대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과거 대학가에서 매년 신학기 기간 음주로 인한 사건·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전국 대학 총학생회로 건전한 음주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수 있게 서한문을 보낸 바 있다.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사건, 사고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는 없겠으나 음주 때문에 일어난 사건 사고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축제와 술은 늘 함께여야 하는 것일까? (사진=박양기 기자)

‘선배들이 강요하는 술자리 분위기가 너무 싫어요’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분명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주를 좋아하는 이들이 아닌, 술을 처음 접해보고 분명 싫다고 표현을 하는 이들의 외침은 왠지 비겁해 보이고 초라해 보인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열심히 살아왔으니 즐길 권리가 있다는 의견도 옳다. 그러나 당신이 누리고 싶은 그 권리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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