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으로 ‘일·가정의 양립’ 이룰 수 있을까

2015년에 오르내렸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저녁이 있는 삶’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A씨가 서울대 학생들이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9급 공무원 합격 소식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만족한다”라는 글을 올려 이에 대해 소신이 돋보이는 좋은 선택이라는 견해와 학벌이 아깝다는 식의 설전이 오고갔다.

불 켜진 회사 사무실 (사진제공=픽사베이)

저녁이 있는 삶을 선호하는 이는 비단 A 씨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라면 나는’이라는 질문에 설문조사 전체 참여 인원 중 약 35%의 참가자들이 저녁을 위한 삶을 위해서라면 ‘높은 연봉도 포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6일 YBM한국TOEIC위원회에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약 3,200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회사 조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그중 약 1,400(43.6%)의 학생들이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 생활의 균형’을 꼽았다. 뒤이어 2위는 ‘연봉’이 차지했으나 1위에 비해 응답한 참여자 수가 18% 정도 차이가 났다. 해당 조사 위원회 측은 조사 결과를 두고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타인 시선보다는 개인 삶의 질과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근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하고 전언했다.

이러한 가치관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 꿀 수 없는 장시간 근로와 직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57시간으로 OECD 평균 노동시간에 비해 350시간이 긴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긴 노동시간에 비해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최하위권에 머물러있다. 비단 장시간의 노동 시간이 무조건적으로 일의 효율성 및 생산성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이는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업무 감축(16.7%)’, ‘정시출·퇴근 문화 정착(16.6%)’에 응답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공직사회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인사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신세대, 맞벌이 공무원을 위한 복지프로그램도 조속히 개발하겠다”고 전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합당한 대한민국의 근무 문화 만들기의 첫걸음을 어디서부터 떼는 것일까? 불필요한 업무의 축소, 자기주도 집중 근무시간 운영, 업무 효율이 높은 시간대를 측정해 집중 근무시간으로 운영하겠다는 시행 방안은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는가

한국에 비해 2,256시간 덜 일한다는 독일은 근로시간을 줄여 청년 취업난과 장시간 이루어졌던 근로를 개선한 바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행 방안이 장기적으로 잘 지켜져 효율적인 업무 체계를 구축한다면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기고 저녁이 있는 삶이 비단 직장인의 행복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국가의 원동력으로도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