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차가 전부일까, 카푸어

붕붕붕  –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

이 노래 가사는 일본의 꼬마 자동차 붕붕이라는 만화의 노래로 비디오 대여점이 성행하던 시절에는 비디오로 인기가 있었다. 이렇게 친숙한 친구 느낌의 자동차는 온 가족이 놀러갈 때 타는 자가용의 의미를 지나서 이제는 사회적인 지위나 부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되었다.

이제 자동차는 사회적인 지위나 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됐다. 아이들 조차 자기집 차를 보고 가계 형편을 추측할 수 있을 정도이다.              (사진= 심건호 기자)

지금은 단종과 함께 잘 보이지 않지만 티코는 작은 자동차의 대명사였다. 티코를 자가용으로 애용하던 시절 철없는 어린 나이의 꼬마들은 자기 집 차의 크기와 차종을 자랑하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을 겪었는지, 값비싼 자동차를 구입한 후 정작 본인은 궁핍하게 생활하는 카푸어가 사회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푸어(Car Poor)는 자신의 소득과 재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값비싼 자동차를 무리하게 구입하여 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혹은 소득의 대부분을 자동차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여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카푸어는 지출의 대상만 다를 뿐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이자 갚기에 허덕이며 생활고를 겪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에 비견된다. 이들 카푸어족은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현재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데 드는 소비성 지출을 꺼리지 않는 경향이 강한 젊은이들의 문화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수입차는 이제 서울을 비롯한 도시 부근이라면 어디에서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다. (사진= 심건호 기자)

지난 2010년부터 수입차 업체들은 비싼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원금유예할부제도를 도입했다. 원금유예할부제도란 차량 가격의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 원금의 이자만 내가면서 최종 잔금은 36~60개월 뒤에 한꺼번에 지불하는 제도다. 이 때부터 수입차 업체의 달콤한 광고가 시작 되었다.

이러한 제도와 수입차 업체의 광고로 인해 수입차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젋은 층의 수입차 소비가 급격히 늘었으나, 원금유예할부제도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목돈을 갚아야 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동기부여라는 목적의식과 젊은 패기로 구입한 수입차의 구매 원금을 갚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으므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 수입차를 내놔도 최초 구입 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차를 팔아도 원금을 충당할 수 없는 카푸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 시절 만화와 함께 우리의 친구였던 자동차는 이제 부의 상징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거대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자동차가 변신하는 로봇이 나오는 영화에서도 스포츠카와 큰 차의 로봇들이 멋있다며 열광하는 아이들은 국산차를 외면하고 수입차에 대한 필요 이상의 과도한 지출을 하며 카푸어의 삶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