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49층, 35층…재건축 둘러싸고 확산되는 ‘층’간 소음

 

13일 오후 잠실 주공 5단지 전경. (사진제공=브릿지경제)

‘재건축 아파트 35층 제한’으로 재건축 아파트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 잠실주공 5단지와 압구정 현대·한양, 은마아파트 등 고층 아파트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희비교차는 일반 주거지역 아파트의 높이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하는 가운데 잠실주공 5단지에 한해 ‘공공기능’을 갖춘다는 조건에 50층을 허용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입장이 빌미가 됐다.

14일 강남 일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발표 이후 잠실주공5단지 호가는 50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발표 전 14억~14억5000만원이던 전용 76㎡은 발표 후 15억원까지 올랐다. 호가 15억~15억8000만원이었던 전용 82㎡는 16억~16억5000만원이 됐다.

5단지 인근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50층 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 판정을 받으면서 호가가 14억원까지 떨어졌었으나 조건부 50층 소식에 최근 문의가 폭주하고 시세도 15억원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이 탄력을 받으며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조합도 서울시 발표를 향후 추진 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복문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앞으로 재건축 추진에 있어 서울시 방침을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은 재건축이 원활히 추진되면 50층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아도 괜찮다는 입장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35층, 50층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13일 오후 찾은 압구정 현대 아파트 모습. (사진제공=브릿지경제)

잠실주공5단지와 달리 압구정 현대아파트·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는 차갑게 식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추진위원회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가 층수 제한을 고수함에 따라 당분간 재건축 추진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김 모 대표는 “주민들 사이 합의가 안돼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하고 층수제한 방침도 재확인되며 인근 부동산 시장이 계속 얼어붙은 상태다”라며 “그래도 압구정동 일대는 여러 등락을 거치면서도 가격이 유지되는 걸 봤기 때문에 입주민들 사이에 큰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설계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선정한 은마아파트 단지도 재건축 추진에 암초를 만났다. 당초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공모를 통해 선정한 설계안에는 단지 중앙에 50층 높이 건물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후 층수를 하나 줄여 49층으로 변경이 이뤄졌지만 서울시 방침은 변화가 없었다.

재건축 기대가 한 풀 꺾이며 호가도 가라앉는 추세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 초까지 거래가 활발해 하루에 5,6건이 성사된 적도 있었다”며 “전용 76㎡는 작년 14억원까지 올랐다가 올해는 11억 초중반 정도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설계안을 포기하지 않고 최고층수 제한 폐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모으는 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단지 내에서 만난 주민 김 모씨는 “일률적으로 높이를 제한한다는 방침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서울시가 납득 가능한 기준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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