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결별 후 고전하는 쿠팡, 자립 위한 성장통 아니면 오판?

김범석 쿠팡 대표(사진제공=쿠팡)

네이버와 쇼핑 제휴를 중단하고 홀로서기에 나선 쿠팡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고 있다. 쿠팡 측은 온라인 마케팅 전략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감소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이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악수(惡手)를 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몰 모바일 이용자수(순방문자수·UV)를 조사한 결과 쿠팡 모바일 이용자수는 867만 명으로 전년대비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경쟁업체의 모바일 방문자수는 많게는 23%에서 적게는 5%까지 늘어났지만 쿠팡만이 유일하게 이용자수가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트래픽 감소세가 완연하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PC이용자를 모두 합한 방문자수는 지난해 8월 1489만2982명을 기록한 이후 매월 약 100만 명씩 줄어들더니 12월에는 1097만9760명으로 업계 최하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 초까지 꾸준히 방문자수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11월 넷째 주 티몬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데 이어 12월 들어서는 위메프에도 추격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지각변동은 쿠팡이 네이버와 쇼핑 제휴를 중단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15일 1년3개월간 이어오던 네이버와 상품 판매 계약을 해지하고 관련 정보의 제공을 중단했다.

온라인쇼핑 업계에서 순 방문자수는 경영 성과의 선행지표로 고려되는 만큼 업계 안팎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쿠팡 측은 네이버와의 쇼핑 제휴를 통한 고객유입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을 결별 이유로 꼽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 쇼핑제휴의 높은 수수료 부담을 실질적인 결별이유로 꼽는다. 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는 쿠팡 입장에서는 1.5% 수준의 결코 적지 않은 네이버 수수료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3년에도 오픈마켓 업체들이 높은 수수료를 문제 삼아 네이버와 결별을 선언했다가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다시 되돌아온 전례도 있다.

이준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이 네이버쇼핑 입점 철회와 오픈마켓 시스템 시행착오 등으로 인해 트래픽 감소 및 판매자들과의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팡 측은 온라인 마케팅 전략의 변화일 뿐 계획된 청사진 안에서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네이버쇼핑과의 제휴 중단 역시 궁극적으로 특정 플랫폼에 의지하지 않고 쇼핑앱 등 자사 플랫폼을 통한 충성 고객 확보를 이뤄내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쿠팡 쇼핑앱 사용자수는 707만 명으로 온라인쇼핑업체 중 1위를 차지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올해 2월부터는 음식점 및 지역 할인 쿠폰 등 마지막 남은 소셜커머스 서비스마저 중단하고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서비스 및 기술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최근 온라인 마케팅 전략에 큰 변화를 주고 소셜커머스 사업마저 접으며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라며 “고객유입이 감소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 같은 쿠팡의 선택이 자립을 위한 성장통일지 아니면 악수(惡手)를 둔 것인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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