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의 라디오 DJ 박중훈 “음악을 잘 모르는 게 무기”

“저의 가장 큰 무기는 음악을 잘 모른다는 점이죠.”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 박중훈(51)은 음악에 대한 얘기를 묻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와의 경쟁비결을 묻는 우문에 대한 현답이다.

원조 ‘라디오스타’ 박중훈이 떴다. 박중훈은 9일부터 매일 저녁 6시 5분∼8시 KBS해피FM(106.1㎒)에서 방송되는 ‘박중훈의 라디오스타’ DJ를 맡아 청취자들을 만난다. 라디오 부스에 앉은 건 27년만이다. 그는 1987년 KBS 제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1990년 ‘박중훈의 인기가요’를 진행한 바 있다.

배우 박중훈 (사진제공=KBS)

“오랜 시간 대중들과 함께 지냈는데 최근 감독을 겸업하면서 점점 고립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때마침 라디오 DJ섭외가 들어왔죠. 제게는 즐거운 자리인 것 같아요. 대중, 관객, 청취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이 시점에 맞는 옷이라고 여겼죠.”

프로그램 제목은 2006년 박중훈이 출연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따왔다. 영화는 한물 간 스타가 폐쇄 직전의 지방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청취자와 소통하며 회생하는 내용을 담았다.

2006년 개봉 당시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화제를 낳았다. 특히 영화를 촬영한 강원도 영월군은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라디오스타 박물관’을 조성하며 문화관광지로 거듭났다.

“40편이 넘는 영화를 찍었지만 ‘라디오스타’는 특별한 작품이죠. 보통 작품이 개봉하면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는데 ‘라디오스타’는 개봉한 지 11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관객들이 좋은 얘기만 해주세요. DJ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영화를 함께 촬영한 이준익 감독님과 안성기씨에게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렸어요. 두분 다 굉장히 기뻐하면서 ‘네게 맞는 일’이라고 하셨죠.”

영화계에서도 남다른 입담을 지닌 것으로 잘 알려진 박중훈이지만 대중매체와의 접점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라디오 프로그램 외에는 KBS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을 진행한 게 전부다. 때문에 경쟁률이 심한 6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초청 게스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금요일에는 개그맨 전유성이 팝송을 소개한다. 첫 회 게스트로는 배우 김수로가, 18일에는 방송인 전현무가 출연한다.

배우 박중훈 (사진제공=KBS)

“전유성씨는 저랑 32년지기인데 제 데뷔작 감독님의 친구였어요. 처음 만났을 때 ‘너 별로야’라고 하셔서 나중에 ‘왜 별로였냐?’고 물어보니 ‘나는 지금도 네가 왜 잘됐는지 몰라’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전유성씨 특유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재밌게 이야기를 듣는 코너를 마련했어요. 제가 직접 전화해서 출연을 부탁드렸죠. 그 외 게스트 분들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인사를 모실 계획입니다.”

‘라디오스타’는 4050 중장년층이 주요 타깃이다. 지천명을 넘어선 박중훈은 또래 청취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열린 50대와 닫힌 50대의 차이는 대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방송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청취자들과 대화와 음악을 주고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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