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병풍에서 대상까지 9년 예능史

김종민.(사진제공=KBS)

대상 트로피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데뷔 17년만에 방송연예대상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김종민은 “어렵게 산을 오른 끝에 정상에 닿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항상 밑에서 바라만 보다 막상 정상에 오르니 여전히 어리둥절하다는 말로 대상수상의 얼얼함을 표현했다.

김종민은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1부터 3까지 무려 9년을 지켜온 유일한 멤버다. 그 사이 멤버들이 바뀌었고 PD가 교체됐다. 김종민 자신도 군 제대 후 한때 ‘병풍’이라 불리며 손가락질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1박2일’을 지켰다.

“정말 기뻐요. 저보다 ‘1박2일’ 멤버들, 특히 차태현 형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메인 MC가 아니다 보니 누리꾼들의 반응도 걱정됐는데 의외로 악플조차 없어서 또 한번 감사드렸어요.”

김종민은 김흥국, 김건모의 뒤를 잇는 자타공인 ‘웃기는 가수’다. 데뷔 이후 지난 17년간 그가 출연한 180개의 예능 프로그램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물론 처음부터 예능인을 꿈꾸고 작정해 연예계에 뛰어든 건 아니다. 학창시절에는 춤을 좋아하고 무대를 즐겼던 꿈많은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좋아하던 여자애가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며 저도 춤을 배우기 시작했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박진영 선배님을 보며 꿈을 키웠어요.”

끼많던 김종민은 고교 시절 그룹 알이에프의 댄서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2000년 코요태에 합류했다. 2004년 ‘공포의 외인구단’이란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김종민의 진가를 알아본 유재석은 SBS ‘일요일이 좋다-X맨’ 작가에게 김종민을 추천했다. 이후 ‘진실게임’ ‘놀러와’까지 총 5개의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유라인’에 편입됐다.

김종민을 탐낸 건 유재석만이 아니었다. 코요태 활동으로 잠시 예능 공백기를 가진 김종민에게 강호동이 손을 내밀었다. SBS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여걸식스’에 이어 자연스럽게 ‘1박2일’ 원년멤버로 합류했다. 최근에는 SBS ‘미운오리새끼’에서 김건모의 오른팔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솔직히 저는 예능감각이 떨어져요. 준호 형이나 태현이 형, 호동이 형, 재석이 형이 제가 재미없는 부분을 빼줘서 그렇지, 스스로 시도한 건 실패한 게 더 많죠. 제가 형들을 잘 챙기지도 못해요. 어렸을 때 한 선배에게 제가 먼저 전화했다가 ‘너도 다급하구나’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먼저 연락도 못해요. 아부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게 싫었어요. 그럼에도 감각 좋은 형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제게 큰 복이죠.”

김종민이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대체 복무 뒤 복귀했던 ‘1박2일’에서 한동안 병풍 소리를 들을 만큼 슬럼프를 겪었다. 적응도 힘들었고 부담은 군입대 전보다 몇배로 커졌다. 시즌2 들어와 굳게 닫혔던 그의 입이 풀리니 이번에는 ‘시청률 슬럼프’가 왔다. 서수민CP와 유호진PD를 만난 뒤 간신히 ‘어리바리 바보’에서 ‘신난 바보’로 캐릭터가 진화됐다.

사진제공=브릿지경제

가수지만 예능인 자격으로 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서운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를 개그맨으로 알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내 솔로곡에 대한 추억을 남겨줘야 한다는 생각뿐 서운함은 없다”고 강조했다. 말이 나온 김에 코요태 활동계획에 대해 묻자 “진지하게 공연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답했다.

“우선 상반기에 저와 신지의 솔로 앨범을 계획 중이에요. 프로듀서로는 이상민 형님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 형님이 예전에 진짜 잘나가는 제작자였거든요. 한번 맡겨보고 싶어요. 그 뒤 하반기 코요태 콘서트까지 이어가는 게 목표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영혼의 단짝’ 코요태 멤버 신지와 빽가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시상식에서 언급하지 못한 빽가에 대한 미안함을 강조했다.

“신지와 저는 의남매죠. 사실 제 예능의 씨앗은 신지가 뿌린 것이나 다름없어요. 빽가는 저와 신지의 중재자예요. 제가 시상식에서 언급하지 못해 무척 미안한 마음이 커요.”

김종민은 대상을 받고 정상에 올랐으니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이왕 천천히 산을 올랐으니 하산도 천천히 하겠다”고 미소지었다.

“잘 모르고 간 길이었죠. 혹시 이 길이 맞나 두리번거리고 이탈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중요한 건 이제 ‘1박2일’은 저와 끝까지 함께 간다는 거죠. 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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