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 대한민국에 정의는 있는가?

2017년 1월 6일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재판 1심에서 피의자들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겐 7년 징역, 존 리 전 대표에겐 무죄, 최병용 롯데마트 전 대표에겐 4년의 금고형이 떨어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출처:opinionx.khan.kr>

2016년 12월 31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만 무려 1112명으로 밝혀졌음에도 대한민국 법원은 이들에게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법정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부모들과 살균제로 인해 폐가 썩어서 자기 몸 만한 산소통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도 참석해 국민의 분노를 사게 하였다.

가습기 살균제, 과연 어떻게 생겨 난 것이고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1994년 유공 바이오테크 (현 SK이노베이션 화학부)에서 처음으로 가습기 메이트라는 가습기 전용 살균제라는 것을 만든다. 이후 후발업체들이 서로 비슷한 종류의 제품들을 만들면서 가습기 살균제라는 것이 시중에 널리 보급된다. 보통 세제라면 용기를 닦아 내는 것이 사용법일 텐데 이 제품은 특이하게 물에 희석해 사용한다고 사용법에 표기된 채 출시된다. 세계적인 회사인 옥시 레킷 벤키저 역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이런 사용법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거기에 덧붙여 ‘인체에 무해하다며 안심하고 사용하라, 는 광고 문구를 추가시켜 제품을 출시한다. 더욱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품은 대한민국에서만 유일하게 유통하는 물건이었음이 후에 알려지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 <출처:ppappa.tistory>

이 제품은 1994년부터 출시되었으나 잠복기 때문인지 이후 십 수년간 폐 질환 환자들이 여럿 나왔으나 폐렴이나 기존의 폐 질환 환자로 의심 되는 것에 그쳤고, 2011년 무렵이나 되어서야 정체불명의 폐 질환 사망자가 여럿 보고되었다. 그러다 동년 5월 8일부터 한 달간 갑자기 6명의 환자가 정체불명의 폐 질환 증세를 보이며 입원하면서 학계에 이 증상이 보고가 되었다. 이 신종 폐 질환이 발병한 환자들은 폐가 뻣뻣하게 굳어가는 섬유화 증세를 보였으며 초기에는 단순 폐렴처럼 보였으나 계속 상태가 악화하여 갔으며 그때까지도 알려진 어떤 항생제, 항바이러스제도 소용이 없었다. 이에 의문을 느낀 서울 아산병원 홍수종 교수를 비롯한 전국의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포럼을 열어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이르렀고, 이들의 공통점이 전부 가정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쓰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시민단체가 가습기 살균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출처:inchon-kfem.tistory.com>

2011년 11월에 10일에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유력한 원인임이 밝혀지고 나서 각종 소비자 단체와 시민단체는 당장 가습기 살균제의 판매와 제조를 중단하라는 운동을 벌이지만 정부는 진상조사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고, 환경부에선 해당 물질이 유럽연합에서 유해물질로 분류되었음에도 위험물질로 분류 하지도 않은채 유해성 심사를 20년 넘게 면제 판정을 내린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청문회 역시 여당측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되었고, 여당의 미적지근한 비 협조적인 태도로 가습기 반대 관련법 역시 국회에서 3년 동안 계류된다.

그 사이에 가장 피해자가 많이 신고된 옥시는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자사의 법인을 해체했다가 다시 설립하는 꼼수를 부리는가 하면(새 법인을 세웠을 때 관련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 서울대에 연구 용역 조사를 의뢰하는데 조사원들에게 금품을 로비하여 조사 결과를 회사 측에 유리하도록 조사결과를 꾸몄고, 옥시 홈페이지에 제품에 관련한 비판적인 여론 글을 죄다 삭제했으며, 영국 본사는 한국 법인은 우리와 관련이 없다는 망발을 내뱉었다. 더구나 옥시는 검찰 조사가 이뤄지는 도중인데도 전 직원들에게 포상차원으로 해외여행을 보내는 정신나간 짓까지 벌인다.

이렇듯 회사의 여러 악의적인 행동들이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았고 피해자들은 옥시의 영국 본사에 까지 가서 규탄 시위를 벌이는등 다방면으로 가습기 피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물어왔다. 결국 사건은 옥시의 본사가 있는 영국 언론을 비롯한 해외 외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 되어 세계적으로 옥시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2016년 5월2일 옥시의 한국법인 사장인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은 서울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고 관련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하겠다고 뒤늦은 발표를 하였다. 발표에 화가 난 피해자들은 영국 본사에 가서 집적 방문 항의도 했지만 옥시의 회장인 ‘라케시 카루프,는 사과 대신 유감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더욱 비극인 것은 국가 당국의 미온적인 처리와 옥시의 증거인멸 꼼수 속에도 제품은 버젓이 판매가 되었고 처음 문제가 제기된 2011년부터 제품 회수가 결정된 2016년까지, 5년간 가습기 피해자들은 더욱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에 결국 시민 단체는 가습기 살균제의 해당 업체들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이제 겨우 1심 판결 이지만 2심,3심에서도 판결은 그렇게 크게 변할거 같지 않다는 회의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2016년 하반기엔 가습제 살균제에 들어있는 성분이 치약에도 들어갔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치약 회사들은 해당 성분이 들어있는 치약을 전부 회수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국민이 죽어 가는데도 그저 손 놓고 내버려 둔 것이나 다름없는 이 한심한 국가의 행태에 사람들은 이 사건에 제2의 세월호 사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 사태, 가습기 살균제 사태까지 결국 국민이 죽어가는 그 와중에도 국가는 여전히 국민을 버렸다. 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와 유통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마저 이러니, 이런 나라에 과연 정의는 있는가? 그리고 이런 나라에 살기 싫어 국민들이 해외 이민을 가는 현실에, 정부는 매년 치솟는 이민율에 관해 과연 할말이 있는가 묻고싶다.

정의가 올바르게 서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과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살라고 가르칠 명목이 설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깝다.

사회 안전망이 사라진 시대다. 화목해야 할 가정은 해체되고 , 법원엔 이혼 신청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으며 아이들은 거리로 내몰려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교육현장에선 선생이 아이를, 아이들이 선생을 서로 폭행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패륜의 현장이 일어난다. 길거리에선 묻지마 살인이 횡행하고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에 동정마저 사치로 포장되는 암흑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둠은 빛을 이길수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수 없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이 단순한 진리가 과연 이 땅에서도 실현되고 있는가?

 

2017년 대한민국에 묻는다.

과연 정의는 어디 있는가?

악인들은 과연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가?

이 땅의 법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다시는 이 비극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는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