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렌벨 이지은 대표이사, 중국시장 돌풍 이어 한국 역진출 새로운 신화 쓴다

▲광저우 박람회 현장

국내 신생 업체가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는 흐뭇한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보통은 국내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 업체가 성장해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반대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 받은 업체가 국내에 역진출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40만명 가량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광저우 박람회에 참가한 작은 한국 업체가 준비해간 제품 수 천개를 하루만에 완판(품절시키다)하며 국내에 역진출했다는 흔치 않은 소식을 들었다. 이에 돌풍의 주역인 페렌벨 이지은 대표이사를 만나 역진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페렌벨 이지은 대표이사(사진=금찬영 기자)

▲ 페렌벨이라는 이름도 생소한데 만나보니 젊은 여성 CEO라서 놀랐다. 페렌벨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간략한 업체 소개를 부탁한다.

사업의 첫시작은 베트남을 대상으로 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에 아는 분들이 많았다. 어쩌다 지인이 베트남에서 유명한 여자 바이어를 소개해주었고 그쪽에서 요청하는 물건들을 한국에서 보내주게 되었다. 바이어 측에서 성실한 사람을 찾는데 여자끼리 일을 하면 좋겠다며 시작한 일이 그 규모가 점점 커져 본업으로 삼게 됐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이 넘는 큰 시장이며 베트남에서는 통상 ‘made in 코리아’ 라면 명품이나 프리미엄 등급의 제품으로 인식된다. 베트남은 한국 제품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소량의 다품종을 원했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갔다. 사업방향을 고민하던 차에 중국시장이 인구도 더 많고 맘에 드는 단일 품목을 몇 백에서 몇 천 박스까지 가져간다는 얘기를 듣고 중국에 가서 여러사람을 만나며 현재의 수출 루트를 만들었다.

‘젊은 여성 CEO’라는 이미지가 사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정직-성실-신뢰’라는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쌓아 지금의 단계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사업상 구두로 한 약속까지 무조건 이행하는 우직한 태도가 도움이 된 것 같다. 일과 관계에 있어 내게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제품 이미지

▲ 경쟁이 치열한 국내외 화장품 업계에서 페렌벨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자체적인 생산력과 해외 유통 채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 경쟁업체가 딱히 없다. 사업상 롤모델로 삼는 것은 한국의 급속성장을 이끌었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한국의 급격한 성장속도가 우리 업체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자세한 계획을 세워서 진행했다.

유통망 확장이 1단계, 확장 후에 영업 이익률을 올리는게 2단계였다. 자체 브랜드를 런칭 중인 지금이 3단계다. 외국에서 한국의 성장을 보면 놀랍다고들 한다. 내게도 그런 꿈이 있다. 페렌벨은 스페인어로 끊임없는-영원한 아름다움이라는 뜻이며, 로고에 그려진 다섯 개의 원과 여섯 개의 꽃잎은 5대양 6대주를 향해 뻗어나가는 페렌벨의 꿈을 나타낸 것이다.

▲ 광저우 박람회를 비롯한 성공적인 역진출을 가능하게 했던 원인과, 화제가 되었던 완판제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더불어 앞으로 예정된 계획이 있다면?

광저우 박람회에서 완판된 제품은 SNS를 통해 ‘끝장쿠션’으로 알려진 아이팩토리 ‘커버스트’다. 매일 같이 너무 바빠서 화장할 시간이 모자라는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며 일종의 올인원 개념의 제품을 구상했다. 여러 종류의 기초화장품을 발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잡티, 기미, 여드름 등을 커버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끝장쿠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좋은 별명을 붙여준 고객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정직과 성실을 통해 신뢰를 쌓는다’는 나의 기본 원칙에 맞게 마케팅보다 제조에 집중했고, 때문에 소비자가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제조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제형, 케이스, 디자인에 많은 비용을 들인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듯이 한국 여성들이 원하는 화장품을 계속해서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에어쿠션에 이어 신제품으로 클렌징 오일을 준비 중이며 앞으로 색조화장품까지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

페렌벨이 업계에 작은 변화를 일으킨 것은잠을 줄여가며 매진했던 노력의 결과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알아 보고 교류하면서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애쓴다면 누구에게든 시장 진입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나는 여성이 갖는 화장품에 대한 접근성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뛰어난 여성 CEO들이 계속해서 사회에 진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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