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주인인 농장. 아홉 색깔의 농민들을 만나다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아홉 명의 순수 농민들로 시작해 단 시간 내 30여명의 협력농가를 끌어 들여 현재는 꾸러미사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소규모 단체의 정체가 궁금하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아홉 농부 중 한 사람을 만나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분명 낯익은, 그러나 어딘지 마음이 한 구석이 흔들리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오래 꿈꾸던 공동체가 그곳에 있었다.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

아홉 농부들의 일생일대의 도전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용인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교육을 받던 몇몇 사람들은 뜻을 모아 무슨 일이든 벌여보기로 했다. 그렇게 아홉 농부들은 순식간에 협동조합을 만들어 머리를 맞대었다. 꾸러미사업을 시작하기까지, 거의 3년간은 한 달에 한 두 번씩 만나 새벽이 지나도록 토론했다.

그들이 가장 주목한 건 “용인” 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이었다. 용인의 서부지역이 죽전, 수지, 기흥과 같은 대규모아파트단지라면 동부지역은 거의 모든 땅이 광활한 농토였다. 그럼에도 96만명의 용인 시민들 가운데 채 2%도 안 되는 인구만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보통 농민의 손을 떠난 농산물은 공판장에서 경매가 끝난 후, 2중 3중의 중개업체를 거쳐 마트에 진열되게 된다. 이런 식의 유통구조는 소비자와 농민 모두에게 손해나 다름없다. 아홉 농부들은 어떻게 하면 이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를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 농민들도 합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꾸러미사업으로 전환점을 맞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제철에 생산한 농산물을 꾸러미 형식으로 각 가정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부터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먼저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의 상품을 알아봤다. 마트에서 채소를 사면 보통 일주일을 넘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곳 채소는 공판장의 경매, 중도매상, 도매상, 거치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마트 같은 곳에서는 채소가 싱싱해보이도록 수증기를 끼워 넣는 인위적인 작업을 하게 된다. 보기에는 신선해보일지모르지만 실제로는 생각만큼 신선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은 오늘 아침 농부가 바로 딴 채소를 당일 배송하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인위적인 작업 역시 하지 않는다. 그렇게 배달되어 온 상품은 약간 시들시들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바로 싱싱함이 살아난다. 몇몇 소비자들은 냉장고에 한 달 가까이 채소를 보관해두고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용인시아파트와 MOU를 체결하여 절임 배추 매출이 오르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덕분에 지금 아홉농부들의 몸은 열 개라도 부족하다. 30여명의 농부를 협력농가로 두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아홉 농부들은 그들 중 한 농가라도 조합원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어쨌든 이곳에서는 함께 일하는 모두가 주인이다.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의 미래

꾸러미 사업만 하기 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아홉 농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쉽지 않은 꿈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용인시 서부지역에 작은 매장 하나를 차리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정성들여 노력한만큼 땅은 보답한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농업을 그만 두지 않은 이유이다. 언젠가 TV에서 거짓 유기농에 대한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그때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의 유기농 채소들도 소비자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소수의 불성실한 농부들로 인해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농부들까지 큰 손해를 봐야 했다. “그래도 정직한 농부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다. 오늘도 그들은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농사를 짓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농부의 권익을 대표하는 단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

용인시에서 순수 농민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은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이 유일하다. 아홉 농부가 굳이 협동조합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의 최종목적이 영리추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은 농부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농부들은 농사짓는 것 밖에는 몰라요. 대외관계는 서툴죠. 장사꾼들이 아니에요. 그런 부분에서 농민인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고, 또 농가의 권익도 보호해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협동조합의 이익을 최소화 하며 농부들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취지로 만든 것이 바로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이죠.”

유일하게 농산물만이 농부들이 땀 흘려 농사를 짓더라도 생산자 스스로 그 값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품이다. 농부들이 자신의 노력에 합당한 대가를 받고 농민들도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이 최종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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