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재해석으로 새장을 열다

“요즘 밥이 왜이리 갈라지고 맛이 없습니까”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감자꽃’, 남혜영 대표는 밥을 짓는 일에도 심신을 다해 정직하게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느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타고난 미각 덕에 식당 밥부터 맛을 살폈다. 하지만 정직한 밥이 나오는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새밥이 아닌 찬밥이 섞여 끈기가 없고 갈라졌다. 그때 그는 정성을 다한 정직한 식당을 만들자고 결심한다.

정직한 밥상을 내놓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워낙 요리를 좋아했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고자 한식, 일식, 양식을 두루 섭렵했다. 숙명여자대학교에 들어온 프랑스 요리학교 르꼬르동블루도 졸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데코레이션 등 푸드스타일리스트 과정을 이수해 한발 앞선 트렌드를 읽기 위한 역량을 쌓았다. 이러한 요리에 대한 꾸준한 열정과 남편의 조력으로 지난 2012년 11월 말, 건강 약선 반상 차림 ‘감자꽃’을 개점했다.

▲감자꽃 남혜영 대표

고급음식점과 맛집이 즐비한 이 거리에서 ‘감자꽃’의 건강한 음식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다. 특이한 이름 역시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감자꽃의 이름은 남 대표가 감자꽃의 희소성과 본연의 색 조화에서 오는 신비함에 착안한 것. “감자에 꽃이 안 피는 줄 알았는데 처음 감자꽃을 보고 횐색, 보라색, 노란색 등 총천연색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감자꽃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처럼, 건강을 생각한 마음과 음식 본연의 재료맛을 발견한 사람이 찾는 식당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감자 꽃의 매력은 건강을 생각한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점. 파주에 있는 그의 고모부로부터 공수해온 쌀과 야채 등 믿을 수 있는 국사 재료만을 사용해 일절 조미료(MSG)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성과 믿음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잔반처리를 하지 않고자 고객 수에 맞춰 일정량만 제공한다. 처음에는 푸짐하게 차려지기를 원했던 고객도 눈앞에서 남은 잔반을 폐기하거나 남은 음식을 포장해 주는 이곳 취지에 공감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감자꽃 비빔밥. 시래기 비빔밥은 파주에서 말린 시래기를 가져와 비빔밥에 담뿍 넣는다. 더덕 비빔밥은 향긋한 더덕부터 양배추, 비트, 적채, 샐러리, 상추 등 갖은 야채들 슬라이스 해 계란 후라이와 함께 제공한다. 직화오징어비빔밥은 남 대표가 직접 개발한 데리야끼 소스에 오징어를 직화구이한다. 허브 마리네이드 돼지 쌈밥은 한국, 프랑스, 중식의 강점이 고루 녹았다. 허브마리네이드와 양배추, 샐러리를 함께 볶아 풍미를 더 한 것이 특징.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식이 서구 음식에 가치를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남 대표는 향후 한식을 알리고자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교육에도 주력하겠다고 했다. 우선 형편이 안 돼 요리를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 대상이다. 한식에 대한 소신으로 가치를 전수하려는 남 대표의 소명이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기에 세계 속의 명품 한식을 만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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