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비 명인 윤정숙 대표의 우리 맛, 우리 터 지키기

분당구 서현동 오래된 집에 전라도 음식의 정통을 잇는 명인이 있다. 전라도만이 아니라 조선 반가(班家) 음식의 맥을 잇는 한국 음식 유산의 대모, 많은 이들은 오늘도 윤정숙 고가(古家)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찾아온다. 300년 이상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뽕나무가 암수를 형성하여 대지의 기운을 상징하는 곳에서 윤정숙 대표를 만나보았다.

우리 맛 전수 쉽지 않아

궁중음식은 임금이나 궁인들을 위한 음식이고, 반가 음식은 양반가에서 먹는 음식을 일컫는다. 반가 음식에 대한 개념 설명을 쉽게 해준 윤 대표지만 ‘맛’을 전수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전수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배우는 분들이 곧 그만두게 되요.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내려니 좀처럼 되지 않는 겁니다”

▲고가 윤정숙 대표

윤 대표는 어릴 때 반가 음식을 먹고 자란 기억을 입맛과 손맛으로 지켜내고 있다. “외가는 담양이고, 친가는 광주였어요. 전라도 음식이라면 짜거나 맵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가 어릴 때 먹던 전라도 반가 음식은 재료의 맛을 살려서 담백했어요.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을 냈던 겁니다” 그녀는 취재 기자를 창고로 안내해서 그 안에 가득 쌓인 마른 고추, 취나물, 토란 줄기 등을 보여주었다.

한때 퓨전요리가 유행하던 시절에 윤 대표는 변화와 유행의 풍속에서 전통적인 음식을 고수하느라 애를 먹었다. “직원들도 바꾸자고 했어요. 하지만 언젠가 우리 전통음식이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했어요. 음식이 약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윤 대표는 아픈 곳이 생기면 음식으로 치유한다고 한다. “위가 안 좋으면 잣죽을 만들어 먹어요. 감기 기운이 있으면 김치와 콩나물을 이용해서 얼큰하게 끓여 먹죠” 별다른 건강 비법이 없는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은 된장으로 만든 음식으로 식사한다. 식단 자체에 조미료를 넣지 않고 자극적인 것을 먹지 않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고가의 벗, 고가의 맛

고가에는 20여 년 동안 수많은 제계·정계·예술계 인물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윤 대표에게 최고의 고객은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하는 고객이라고 한다. “전라도 음식을 기대하고 오신 분들이 진짜 전라도 음식을 먹었다고 칭찬하실 때, 제 음식 맛을 알아주실 때, 그분들을 최고의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외국 손님도 그녀의 진정성을 알고 나면, 상 위에 놓인 시래기 된장국을 후루룩 마셔버린다고 한다.

고가의 음식은 달지 않다. 물엿과 설탕을 전혀 쓰지 않는다. 단맛이 필요할 경우 과일과 채소를 갈아 넣어 단맛을 대신한다. 열무김치는 열무 맛이 나야하고, 배추김치는 배추 맛이 나야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따라서 좋은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재료 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양념이 많아지고 결국, 고유한 맛을 내는 방법을 잃어버린 현실을 그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창고와 장독대를 보여주는 윤정숙 대표 3년 된 된장을 열어보인다.

음식의 맛도 지키고 터도 지켜야

태안 기름유출 사고 이후로 궁중음식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윤 대표는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에서 공수 받던 신선한 재료를 잃어 망연자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가 음식의 맥을 잇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음식은 환경과 지리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이곳도 유서 깊은 곳이면서 음식을 하기 좋은 곳이에요”

윤 대표의 말에 따르면, 고가를 포함한 그 일대가 조선 전기 지략가였던 한명회가 소유했던 땅이었다고 한다. 이후, 수양대군이 당대 학자였던 경언에게 호를 하사하며 땅을 주었는데, 그 땅이 부인 윤씨에게 남겨져 최근에 이르렀다고 한다. 고가 뒤편은 경언의 묘가 있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기 때문에 이 땅은 명당이라는 설명이다.

“음식을 하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곳이 바로 이 자리입니다. 음식 맛도 지켜야겠지만, 터도 지켜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고가를 지키는 사람은 윤정숙 대표 말고도, 조상의 얼과 고가를 찾는 민족의 발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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