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내 집 같은 곳

얼마 전 ‘무연사회’라는 책이 큰 화제를 모았다. 명칭조차 낯선 이 낱말은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를 가리키는 말로 ‘무연사’는 모든 인간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혼자서 죽어 거두어 줄 사람이 없는 죽음을 지칭한다. 현장에서 신원 혹은 연고자 확인이 안 되는 이런 죽음이 전국적으로 3만 2,000여 명에 이르는 일본사회를 NHK 특별 취재팀은 ‘무연사회’라고 이름 붙이고, 고령화 저출산 개인주의가 초래한 일본의 ‘무연사회’를 중점적으로 파헤쳐 책으로 엮었다.

▲마이홈실버 박희진 원장

멀어져 가는 가족의 인연과 독신 시대, 젊은 세대에 퍼져가는 무연사의 공포. 남의 나라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가까운 이야기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 노인들의 가족을 자처하는 이가 있어 찾아가 보았다. 바로 연희동에 위치한 마이홈실버의 박희진 원장이다.

“사대가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 속에서 자랐죠. 어르신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마이홈실버가 위치한 연희동의 고택은 그녀가 자란 곳이다. 그녀는 외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느라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있었다. 그러다 고향의 집으로 돌아와 지난 해 리모델링을 완비하여 최대 아홉 명의 노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누구에게나 내 집 같으시라고 마이홈실버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시설이라고 부르지 않고 집이라 부르죠.”

성공한 디자이너였던 그녀가 갑자기 노인요양시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녀의 친아버지였다. 지병인 파킨슨병으로 사망하신 아버지를 위해 요양원을 다녔을 때 너무도 열악한 시설에 충격을 받은 것. 자신의 전공을 발휘하여 좀 더 시설을 신경 써서 노인들을 제대로 된 곳에 모시고 싶었다. “방충망도 잠금장치 있는 걸로 하고. 시설 법규에 맞춰서 새로 정비했죠. 노인들은 낙상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항상 있거든요.”

마이홈실버는 총 아홉 명을 수용할 수 있는 1인실, 2인실, 4인실로 이루어졌다. “노인 분들도 혼자 계시는 걸 익숙한 분들과 다른 분들과 같이 있는 걸 좋아하는 사교적인 분까지 여러 선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이 가능하신 분부터 거동이 불편하신 분까지 다양하게 계시죠. 이런 분들은 말동무도 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다인실을 더 원하시죠.”

마이홈실버는 크게 세 가지 서비스를 노인들에게 제공한다. 첫째로 생활보조다. 식사에 필요한 신체수발, 마음의 평온과 기분전환을 도울 이미용관리, 깨끗한 환경과 심신을 위한 목욕관리, 배뇨, 배변 등 위생관리다. “최대한 어르신들이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고 싶어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베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박희진 원장. “어르신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받는 것이 더 많아요.”

둘째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철저한 침구관리와 소독은 물론이고 노인의 신체를 이해한 인테리어로 안락함을 추구했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과 편안한 산책을 위한 정원도 갖췄다. 욕심을 낼 법도 하건만 더 이상의 증축을 원치 않는다고 단언하는 박 원장. “확장은 원치 않아요. 아홉 분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셋째로 건강관리다. 인근에 위치한 연세 세브란스 병원과 연계하여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고 내원에 동행하며, 평소에도 생신 잔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심리치료를 꾀한다.

거의 무모하리만큼 어렵게 느껴지는 박희진 원장의 목표. 그러나 결국 무연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건 바로 박 원장과 같은 이들이 많아지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